제463화

그는 손서희처럼 문가영과 끈끈한 모녀의 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또 유정원처럼 얼굴에 철판 깔고 막 나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두 사람은 부녀지간이지만 문가영은 이제 스무 살이 훌쩍 넘은 어른이었다. 어린아이처럼 품에 안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사실 유진성에게 문가영과의 관계는 여전히 복잡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는 부분이 많기도 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입을 열었다. “가영아, 혹시 문 회장님이나 구혜림 씨를 만나고 싶어?” 조 원장님의 죽음이 여민지와 관련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로,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유진성과 손서희가 뒤에서 도움을 줬다는 걸 문가영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겉으로 나서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명확한 증거가 있는 이상, 가만히 있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전북에는 유진성과 손서희의 오랜 친구들도 있었다. 유진성의 질문을 들은 문가영은 잠시 멈칫했다. 유진성이 다시 말했다. “만나고 싶다면 한번 만나보는 것도 괜찮아.” 하지만 문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만나고 싶지 않아요.” 문소운과 구혜림에게 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릴 때는 그들이 집을 내주고 품어준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감정은 점점 사라져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 없었지만, 아마 문사라가 세상을 떠난 뒤였을 것이다. 문가영의 마음 한편에는 문씨 가문에 대한 거부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진성도 그녀를 강요할 마음은 없었다. 문가영과 몇 마디 더 주고받으려 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결국 유정원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유정원은 문가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누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제가 같이 해줄 수 있는데요.” 문가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을 뿐이었다. 하지만 유정원은 그녀를 혼자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그는 문가영의 팔을 잡더니 말했다. “하고 싶은 거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