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2화

그 말이 끝나자, 순간 주변의 바람마저 멈춘 듯 고요해졌다. 놀란 건 진수빈뿐만이 아니었다. 문가영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디서부터인지 알 수 없는 짜증이 그녀 마음 한구석을 가득 채웠다. 머릿속은 깜깜한 어둠처럼 텅 비어버렸다. 눈앞의 진수빈은 더 이상 익숙한 그가 아닌,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문가영은 문득 깨달았다. 자신이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했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끊임없는 속삭임이 이어졌다. 쏟아지는 비난은 그녀를 더더욱 옥죄었다. 뼛속까지 나쁜 사람이라며, 자신감 하나 없이 움츠러든 사람이라며 말이다. 그 누구도 그녀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문가영도 자신조차도 그런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다. 밤중에 문가영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몸은 식은땀으로 젖었고 귓가에는 비난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모두가 그녀에게 사라져 달라고 외치는 듯했다. 장연수와 조 원장님마저 실망과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문가영은 한참을 침대에 앉아 있다가 문득 목이 말랐다.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휴대폰 화면이 밝아졌다.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휴대전화 화면이 켜져 있었다. 진수빈이 메시지를 잔뜩 보내놓은 것이었다. 전화도 몇 통 걸려 왔었다. 가장 최근 메시지는 그녀더러 내려오라고, 자기가 집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보낸 시간은 10분 전이었다. 문가영은 창문턱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길가 가로등 아래에 진수빈의 모습이 보였다. 휴대폰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진수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문가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 이어서 숨이 가쁜 진수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가영아, 내려와.” 날씨는 점점 쌀쌀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벌써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문가영이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돌아가요. 나 자야 해요.” 진수빈의 숨소리는 더 거칠어졌다. 점심때 문가영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 자리를 떠났었다. 진수빈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