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화
문가영이 정리하고 나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의사 사무실을 지나치다가 이희성이 안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이희성도 문가영을 발견하고 힐끗 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진 선생님은 이미 갔어요. 여 선생님이랑 같이 갔더라고요.”
문가영은 짧게 대답했다.
“네.”
다른 반응은 없었다.
애초에 퇴근할 때 진수빈이 문가영을 기다리는 일은 드물었다.
진수빈 역시 문가영이 자신을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꼭 같이 있어야 하는 일이 있을 때만 예외였다.
문소운이 두 사람의 약혼 사실을 밝혀버리지 않았다면, 병원 사람들은 둘이 아는 사이인지조차 믿지 않았을 것이다.
문가영은 아무 말 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병원 입구에 서 있는 진예은을 발견했다.
문가영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병원엔 왜 왔어?”
진예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 기다려서 밥 먹으려고. 전화가 안 돼서 여기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
문가영은 오후에 ICU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을 무음으로 설정해두고 사물함에 넣어 두었다.
그래서 아직까지 확인도 하지 못했다.
문가영은 작은 소리로 사과했다.
“오후에 너무 바빴어.”
“괜찮아, 어차피 나도 오늘 할 일 없었어.”
진예은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빨리 가자, 빨리! 널 기다리는 사람 있어.”
문가영의 눈이 반짝였다.
“장연수도 왔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에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남자는 키가 크고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피부는 건강한 구릿빛이었다.
오랫동안 몸을 쓰는 일을 해왔기 때문인지, 어깨가 넓고 단단해 안전감을 주는 듯했다.
진예은이 손을 흔들며 외쳤다.
“장연수!”
그가 얼굴을 돌렸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차가운 인상을 가진 삼백안의 눈매.
웃지 않을 때는 조금 무서운 인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문가영을 보는 순간 단숨에 누그러졌다.
강한 인상 대신 옅은 온기가 피어올랐다.
장연수는 뒤에 감춰둔 두 개의 쇼핑백을 꺼내며 하나는 진예은에게,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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