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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진수빈이 그녀를 보고 조용히 말했다. “왔어?” “네.” 문가영이 말했다. “이모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가셨어요. 저한테 수빈 씨를 돌봐달라고 하더라고요.” 진수빈의 시선은 여전히 말하고 있는 문가영에게 머물러있었다. 그녀는 임슬기가 진수빈과의 상황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녀에게 진수빈을 돌봐달라고 하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게 진수빈의 뜻인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진수빈의 얼굴에서 아무런 이상한 기색도 알아채지 못했다. 문가영의 시선은 진수빈의 어깨로 향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처음부터 저한테 말하지 않았어요?” 진수빈의 표정은 그제야 변하더니 문가영을 힐끗 쳐다보면서 고개 숙여 말했다. “그럴 의미가 없잖아.”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구에게 말해도 의미가 없었다. 문가영이 그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왜 매번 아무 말도 하지 않아요?” 늘 그랬던 것처럼 진수빈은 그녀를 자기 세계에서 밀어내기만 했다. 그가 봤을 때 어떤 일이든 문가영에게 말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문가영은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하고 싶었던 말을 하려다가 역시나 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말하다가 멈출 수밖에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진수빈이 말할지 말지는 그의 자유라 굳이 그를 억지로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 진수빈은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말해봤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걱정할까 봐 그랬어.” 문가영이 말했다. “나름 자기 생각이 있었겠죠.” 이때 마침 휴대폰이 울리길래 문가영은 화면을 흘끗 쳐다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하지만 진수빈은 그녀의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문지성한테서 걸려온 전화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문가영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 하는 거예요?” 진수빈이 말했다. “나가지 말고 여기서 받아.” “단둘이 할 말이 있어요.” 문가영은 진수빈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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