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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진수빈의 말이 끝나자마자 병실 분위기가 다시 고요해졌다. 문가영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수빈 씨, 어딜 가든 그건 제 자유예요. 제가 수빈 씨를 간섭하지 않는 것처럼 수빈 씨도 저를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이 말에 화가 난 진수빈은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이 순간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문가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너한테 내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한 적 없어. 문가영. 넌 지금 자기한테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거야.” 문가영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수빈 씨는 말과 행동이 다르잖아요. 자기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은 한 적 없어도 저한테 보여주는 반응을 보면 제가 괜히 참견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문가영은 아예 그의 옆자리에 앉아서 말했다. “이모가 저녁에 뭐 먹고 싶은지 물어봐달래요. 포장해서 가져오실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임슬기가 진수빈한테 이 정도까지 해준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문가영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앞으로 이모한테 너무 차갑게 대하지 말아요. 속상하실 거예요.” 진수빈도 핵심을 콕 집어서 말했다. “너도 내가 차갑게 다하는 것 같아?” 문가영은 지금 이러는 진수빈이 싫었다. 뭐든 자기랑 연결시켜서 말하는 이런 태도가 싫었다. 또는 말하자면 진수빈과 이런 문제로 자꾸 얽히는 것이 지긋지긋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진수빈이 무슨 말을 하든 그냥 대꾸하지 않기로 했다. 진수빈도 몇 마디 더 하다가 문가영이 흥미가 떨어진 걸 느끼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원래 말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임슬기가 오자 문가영은 곧바로 떠날 준비를 했다. 진수빈의 표정이 얼마나 어두운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임슬기는 이런 진수빈의 모습에 불만이 많았다. “처음부터 이런 각오만 했어도 지금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거야.” ... 문가영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택시 타고 문씨 가문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문지성은 문가영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박스 하나를 건넸다. 그 안에는 작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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