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8화

진수빈은 이 말을 할 때 문가영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불쾌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문가영이 멈칫하면서 말했다. “수빈 씨한테 여러 번 말했잖아. 저희는 이제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그래서 정원 씨가 뭐라 하든 그건 정원 씨의 자유예요.” 문가영이 잠시 멈췄다가 계속 말했다. “제가 누구랑 어떻게 지내든 그것 또한 제 자유고요.” 진수빈은 그녀의 아무런 감정 변화도 없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꼭 이렇게 차갑게 대해야겠어?” 문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에요.” 이러는 게 차갑게 대하는 거라고 말한다면 과거의 진수빈은 도대체 어느 정도였을까? 문가영은 그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었다. 문가영은 혼인 관계를 종료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진수빈과 더 이상 어떤 관계도 없을 거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진수빈이 드디어 그녀에게서 벗어났다고 기뻐할 줄 알았다. 정말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가영은 진수빈이 지금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신을 사랑하는 척하는 건지 몰랐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진수빈의 어깨에 문제가 생긴 것도 결국 그녀 때문인 것도 있었다. 문가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수빈 씨, 예전에는 제가 수빈 씨 삶을 방해한다고 생각했잖아요. 아직은 익숙하지 않겠지만 제가 수빈 씨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더 이상 생각나지도 않을 거예요. 그냥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의 혼인은 어차피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어요.” 문가영과 진수빈의 혼인은 문사라의 죽음 때문에 시작된 거였고, 어쩔 수 없이 함께하게 된 거였다. 하지만 문가영은 5년 동안 진수빈이 자신을 좋아하게 하지 못했다. 어차피 처음부터 잘못된 거라 마치 웃음거리 같은 결말이었다. 진수빈은 문가영의 눈빛에 살짝 스친 슬픔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문가영이 했던 이 한마디가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