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9화

진수빈은 집도의로서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손이었다. 자기 손을 잘 보호하는 것은 거의 모든 의사의 최우선 원칙이었다. 그래서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었다. 문가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유정원을 잘 달래서 먼저 집으로 보냈다. 그러고 나서 복잡한 표정으로 진수빈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뭘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요?” 진수빈이 멈칫하다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 “방금 의사도 말했잖아. 지금 이 상태로는 누군가가 옆에서 돌봐줘야 한다고.” 문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진수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난 간병인이 필요 없어. 문가영, 난 너만 있으면 돼.” “알았어요.” 문가영은 지금 아무리 거절해도 진수빈이 어떻게든 자신을 붙잡기 위한 다른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문가영이 병실 밖으로 나갔을 때, 유정원이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가영에게 아까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문가영이 먼저 말했다. “정원 씨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아요.” 유정원이 초조해하면서 말했다. “그러면 왜 진 선생님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 거예요?” 문가영이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망설이다 말했다. “수술할 수 없게 만든 거, 확실히 제 탓이니까요.” ... 문가영은 진수빈을 돌봐주기로 하고 그날 오후 바로 시장에 가서 장보고 진수빈을 위해 몸보신용 삼계탕을 끓여주었다. 준비한 삼계탕을 들고 갔을 때는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었다. 임슬기도 있었는데 진수빈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문가영을 바라보는 눈빛이 어딘가 조금 뻘쭘했다. 진수빈이 문가영 손에 들고 있는 도시락을 발견하고 물었다. “나를 위해 준비한 거야?” “삼계탕 좀 끓여봤어요.” 문가영이 말했다. “대추 3알, 구기자 7알.” 대추 3알과 구기자 7알은 단맛이 적당해서 진수빈이 가장 좋아하는 비율이었다. 이것도 문가영이 우연히 발견한 레시피였다. 발견한 뒤로 진수빈을 위해 여러 번 국을 끓여 주었지만 그는 대부분 마시지도 않고 집을 나섰다. 진수빈에게 국물을 한 그릇 떠주려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