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0화
진수빈은 보기 드물게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어릴 적 문가영이 겁먹은 채 그의 집 근처 골목을 거닐고 있었다.
매우 작고 마른 편이었는데 길가의 떠돌이 고양이보다 더 불쌍해 보였다.
진수빈은 남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었고, 또 이런 문제에 휘말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가영이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아파서 그녀를 사람들 무리에서 끌어냈다.
그 뒤로는 문가영이 집 앞을 지나가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매번 다른 핑계를 대며 일부러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그저 그녀를 보내주기 위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진수빈은 문가영이 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어릴 적의 문가영은 작고 마른 데다 울 때도 전혀 예쁘지 않았다.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그녀의 두 눈은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문가영의 이름은 아직 문가영이 아니었다.
그냥 가영이라 불렀었다.
마음속으로 계속 이 이름을 되뇌던 진수빈은 꿈속의 어릴 적 문가영과 지금의 문가영이 겹치는 느낌이었다.
똑같이 맑고 억울해 보이는 눈동자를 보면 마치 또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처럼 보였다.
진수빈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는 새벽 5시였다.
병실 안은 불이 꺼져있어 어둑어둑했다.
그 뒤로 진수빈은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많은 일들이 떠올랐지만 거의 모두 문가영과 관련된 일이었다.
10살 때부터 지금까지 문가영은 마치 그의 꼬리와도 같았다.
진수빈이 어디에 있으면 문가영도 어디에 있는 것이 영원히 떨쳐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언제나 그녀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문가영은 약속대로 간호사 경험을 살려서 진수빈을 지극히 돌보았다.
음식도 직접 해서 병원에 가져다주었다.
유정원은 집에서 진수빈이 비겁하다고 여러 번 욕했다.
문가영이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이번에 진수빈이 퇴원하면 더 이상 빚진 것도 없었다.
유정원이 물었다.
“누나, 정말 A 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자원봉사 같은 것도 엄마랑 같이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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