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1화

진수빈의 말이 끝나자 병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문가영은 그를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다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분간 영천에 가지 않을 거니까 일부러 자신을 괴롭히지 않아도 돼요. 수빈 씨도 의사로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요.” 책임자가 전화 온 그날, 문가영은 이미 상대방에게 상황을 알리면서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그래서 유정원이 유난히 그녀를 데리고 떠나고 싶어 했던 것이다. 하지만 문가영은 떠나도 진수빈이 원한다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치 그가 유정원을 이용해 자신을 해치려 했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고열에 시달릴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진수빈은 실력이 뛰어난 의사라 자기 몸 구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문가영이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 진수빈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했다. “문가영.” 문가영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는데 진수빈의 눈빛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고열 때문인지 많이 아파 보였다. 그는 문가영을 바라보며 분명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지만 끝내 입을 열지 못했다. 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일부러 고열에 시달리게 한 게 아니야.” 문가영이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1층에 가서 간호사분 좀 만나고 올게요. 할 말이 있어서요.”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계속해서 말했다. “곧 돌아올게요.” 진수빈이 말했다. “다시는 이러지 않을게.” 문가영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 진수빈의 고열은 저녁까지도 가라앉지 않았다. 병문안 온 방우지와 이희성은 그런 그가 걱정되어 의사한테 상태를 물어보기도 했다. 문가영이 말했다. “마침 우지 씨도 왔으니까 집에 가서 밥 준비해서 올게요.” 진수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고열 때문인지 그의 손바닥은 뜨겁기 그지없었다. “가지 마.” 진수빈이 단호한 눈빛으로 문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병원 밥도 괜찮아.” 번거로운 일이 하나 줄었으니 문가영은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진수빈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