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9화

오히려 더 많이 남은 건 그녀의 피로와 무감각이었다. 진수빈이 겁이 없는 것도 그녀가 만든 결과였다. 진수빈은 그녀의 말을 들으며 이마를 찌푸렸고,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 그는 원래 문가영의 턱을 잡고 있던 손도 점차 내려놓았다. 결국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하지만 문가영은 그냥 마음껏 울고 싶어 그의 손을 쳐냈다. 마치 수년간 쌓아온 억울함이 모두 깨끗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촉촉한 눈으로 진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수빈 씨, 수빈 씨를 향한 저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는 거예요. 그동안 저는 수빈 씨한테 잘못한 것도 없어요.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서 수빈 씨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집에서도 항상 수빈 씨의 규칙을 따랐다고요. 저는 많이 서툴러서 수빈 씨를 따라잡으려면 큰 노력이 필요했어요. 저를 좋아하지 않는 건 수빈 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건 제가 많이 부족한 탓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를 속이면 안 되죠.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 안 되었죠. 저는 수빈 씨가 자랑할 만한 상품도 아니고. 수빈 씨의 천재성을 증명할만한 도구도 아니에요.” 문가영은 정말 화났는지 말할 때조차도 뒤죽박죽 전혀 논리가 없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렸다. 진수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마음은 마치 잔잔했던 호수가 거센 폭풍우에 휩쓸리는 것 같았다. 손을 뻗어 문가영의 눈물을 닦아주려 했지만 아무리 닦아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수빈은 눈을 감은 채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난 널 싫어한 적 없어.” 잠긴 목소리였다. 문가영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코를 훌쩍거렸다. “수빈 씨, 자신을 속이지 말아요. 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제가 익숙해진 거겠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그냥 저의 몸에 익숙해진 거고. 수빈 씨를 항상 제일 먼저 생각하는 저에 익숙해진 거겠죠. 진수빈이 자존심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문가영은 항상 잘 알고 있었다.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