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2화
“걱정 마. 내가 금방 가서 또리 데려올게.”
그러나 문가영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이모 일도 아닌데요. 제가 직접 가는 게 맞아요.”
임슬기와 진수빈의 관계는 미묘했다.
임슬기는 늘 진수빈을 따뜻하게 챙겼지만 둘 사이에는 늘 ‘입양’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혀 있다는 사실을 문가영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서야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졌을 뿐이었다.
문가영은 자신 때문에 그 미묘한 균형이 다시 무너지는 걸 원치 않았다.
게다가 진수빈이 함영희뿐만 아니라 임슬기에게까지 같은 말을 했다는 건, 결국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차라리 나중에 끌려다니느니, 스스로 마주하는 편이 나았다.
괜히 일을 더 키우는 것보다는.
어차피 곧 전북을 떠날 몸이기도 했다.
호텔을 나설 때도 그녀의 머릿속은 여전히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약국에 들러 약을 사서 먹은 뒤, 그녀는 곧장 진수빈의 아파트로 향했다.
문 앞에 서서 마음을 다잡는 순간, 갑자기 안에서 문이 열렸다.
진수빈이 문가에 서 있었다. 표정은 담담했고, 목소리는 오히려 부드러웠다.
“왔어?”
문가영은 잠시 멈칫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또리 데리러 오라면서요.”
그녀의 직설에 진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 대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때, 안에서 또리가 그녀의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짧게 짖으며 달려왔다. 그러나 문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수빈이 먼저 집을 나섰다. 그리고 등 뒤로 문이 닫혔다.
문가영의 가슴이 순간 조여 들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진수빈은 그녀의 감정을 못 느낀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널 데려가고 싶은 데가 있어.”
문가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디든 가고 싶지 않아요. 난 그저 또리를 데려오러 왔어요.”
“하지만 네가 분명 좋아할 거야.”
진수빈은 집요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표정은 흔들림 없이 차분했지만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단호함이 엿보였다.
문가영은 잘 알고 있었다.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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