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5화
문가영이 말했다.
“수빈 씨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내는 게 서로에게 제일 좋은 일 아닐까요?”
방금 겪은 일 때문에 문가영은 아직도 진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도시는 더 이상 자신을 품어주지 않는 것 같았다.
잠시 침묵하던 진수빈이 낮게 말했다.
“방금 일은 그냥 단지 우연히 일어난 사고일 뿐이잖아.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야.”
문가영은 입술을 씰룩거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말을 해도 진수빈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몸에 난 상처가 심각한 건 아니었다. 낯선 남자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긁힌 부분이 몇 군데 있을 뿐, 간단히 치료하면 충분했다.
진수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약 봉투를 챙기며 말했다.
“집에 가서 다시 봐줄게. 혹시 또 어디 불편한 데는 없는지.”
하지만 문가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진수빈의 손에 들린 약 봉투를 다시 가져가려 했다.
“괜찮아요. 나 혼자 갈게요.”
이미 충분히 의사를 밝혔는데, 이제는 알아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도 진수빈은 움직이지 않고 그녀를 한참 지켜보다가 낮게 물었다.
“설마 호텔로 돌아가려는 거야?”
문가영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곧 영천으로 갈 계획이었고, 그와 함께 지낼 이유는 없었다.
진수빈은 속마음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문가영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
그는 마침내 숨을 깊게 고른 뒤 문가영에게 물었다.
“그래서 내가 오후에 했던 말, 다 흘려들었어?”
문가영은 원래도 열 때문에 머리가 무겁게 울렸다. 게다가 방금 일까지 겹쳐 몸은 더 지쳐만 갔다.
그녀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수빈 씨, 내 말 흘려들은 건 당신 아닌가요? 난 수빈 씨의 마음을 여러 번 거절했었죠. 하지만 아직도 내가 괜히 심술을 부린다고만 생각하잖아요.”
진수빈은 여전히 감정 하나 비치지 않은 얼굴로 차분히 덧붙였다.
“혼자 가면 오후 같은 일을 또 겪을 수도 있어.”
그 말에 문가영은 방금의 기억이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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