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0화
진수빈은 방우지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인 듯,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로 했다.
방우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먼저 각자 할 일이나 계속하죠. 진 선생님이 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가영 씨가 잠깐만 찾아와도 그렇게 귀찮아하더니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죠? 진 선생님이 찾아가면 가영 씨도 엄청 귀찮아할 거라고요.”
진수빈이 잠시 멈칫하더니 방우지의 말에 반박했다.
“가영이를 귀찮아하지 않았어요. 그때는 그냥 내가 많이 바빴다고요.”
방우지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진 선생님, 너무 내로남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진 선생님이 바쁜 건 괜찮고, 가영 씨가 바쁜 건 못 받아들이겠다는 거예요?”
...
문가영은 문지성과의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서류를 가지러 그의 숙소로 향했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텐트에 머물고 있었다.
문지성도 예외 없이 구조대원들과 함께 텐트에서 지내고 있었다.
서류에 적힌 내용을 확인한 문가영은 마음이 이상하리만치 잔잔했다.
그녀는 조용히 서류를 챙겨 넣고는 문지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문지성의 눈동자에는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불현듯 말을 꺼냈다.
“가영아, 넌 이제 더 이상 문씨 가문 사람 아니야.”
문가영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의아한 눈빛이었다.
문지성은 늘 냉철하고 단호한 사업가였다.
그런 그가 인내심을 억누르며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문가영을 향한 기다림과 배려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계를 넘어선 상태였다.
정면으로 마주한 문지성의 시선이 너무나도 강렬해 문가영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기 시작했다.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저, 저 먼저 가볼게요.”
문지성이 짧게 웃음을 흘렸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태평스러웠다.
“뭘 그렇게 겁내. 가영아, 내가 널 문씨 가문의 호적에서 정리해 주긴 했지만 언젠가는 다시 네 이름을 올릴 거야. 다만, 다른 방식으로 말이지.”
문가영은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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