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2화
문가영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구급상자를 정리해 나갔다.
“여기 다친 사람은 한둘이 아니에요. 제가 일일이 챙길 수는 없죠.”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정말 크게 다쳤다면 내가 아닌 의료진한테 가보는 게 더 나아요. 게다가 본인도 의사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 텐데, 굳이 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문가영은 진수빈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 듯 차분한 말투로 말을 뱉어냈다.
이런 분위기에서 김우정은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방우지에게 다가가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문가영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
“노력은 해봤는데 가영 씨가 영 단호하더라고요.”
방우지는 고개를 돌려 진수빈을 보며 말했다.
“들었죠? 진 선생님이 다쳤는데도 전혀 걱정을 안 하잖아요. 가영 씨한테는 안 통한다니까요. 그냥 얼른 상처나 소독해요. 괜히 감염되면 곤란하니까.”
진수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초에 가영이 오기를 기다린 적도 없는데요.”
김우정은 입을 삐죽이며 작게 중얼거렸다.
“인과응보 아니에요? 예전에 가영 씨 힘들어할 때, 진 선생님도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잖아요.”
진수빈의 얼굴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사람들 눈에는 지금 그가 이런 꼴을 당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가 문가영에게 못되게 굴었었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눈치챘다.
문가영과 진수빈의 사이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는 걸.
전에는 형식적인 대화라도 이어졌지만 이번에 두 사람은 아예 말도 섞지 않았다.
문가영은 일부러 진수빈을 피하기까지 했다.
진수빈도 전북 병원 시절, 차갑기만 하던 ‘진 선생님’으로 돌아간 듯 아예 문가영을 투명 인간 취급했다.
윤성희는 유정원에게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가영을 찾아왔다.
“가영 씨, 수빈 씨랑은...”
문가영이 고개를 들었다.
“왜요, 성희 언니?”
윤성희는 한참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
“딱히 큰일은 아닌데요... 그냥 좀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요. 신경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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