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3화

문지성이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을 뱉어냈다. 문가영의 몸이 순간 굳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문지성을 바라보더니 손끝을 꼭 움켜쥔 채 말했다. “저, 지성 씨를 피한 적 없는데요.” “네가 피했는지 아닌지, 난 다 알아.” 문지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담담했다. 다만 그 검은 눈동자 깊은 곳이 잠시 어둡게 가라앉았을 뿐이었다. 문가영은 말문이 막혔다. 지금 이 순간 문지성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복잡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문지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네가 윤성희 씨한테 한 말, 전부 들었어.” 구호 텐트는 방음이 잘 되어 있지 않았다. 밖에서는 안에서 있었던 대화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문지성이 이어서 말했다. “네 어머니는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야. 너 역시 네 어머니의 장점을 물려받았지. 그래서 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할 거야.” 문지성의 말에 처음에 문가영은 고개를 갸웃했었다. 무슨 의도로 그 말을 한 건지 알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나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문지성을 바라봤다. 문지성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일 있으면 도전해야지. 난 널 이미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몇 년쯤 더 기다린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왠지 모르게, 문지성의 그 말에 문가영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가 이런 말을 해줄 첫 번째 사람이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임을 알면서도, 그가 기꺼이 그런 선택을 해준다는 사실이 문가영을 놀라게 했다. 문가영은 문득 자신이 그동안 문지성을 피해 왔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함께 다가왔다. 운정 그룹 사건 때부터 문지성은 한결같이 그녀를 위해 힘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이 문가영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긴 침묵 끝에, 문가영은 진지하게 문지성을 마주 보며 말했다. “미안해요.” “뭐가?” 문지성이 미간을 좁혔다. “지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