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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1화

곰이 타자로 대답했다. [당신도 그렇잖아요.] 문가영은 순간 멈칫했지만 곧 그 뜻을 알아차렸다. 그렇다. 그녀 역시 그를 믿었기에 아침 일찍 일부러 이곳까지 나온 게 아니던가. 문가영은 가방에서 작은 선물 상자를 하나 꺼냈다. “선물은 주고받는 거예요. 당신 선물을 받았으니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려야죠.” 말을 마치고는 곰의 품에 쏙 밀어 넣었다. 눈이 계속 내려 날씨는 좋지 않았지만 공원에는 여전히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둘은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문가영이 말했다. “괜찮다면 당신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어요? 제가 뭔가 도움이 되어드릴 수도 있잖아요.” 진수빈은 곰 인형 탈 속에서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문가영이 웃을 때마다 눈매가 곡선처럼 휘어지며 환히 빛났다. 맑고 투명한 눈동자는 마치 밤하늘에 뜬 별 같았다. 눈송이 한 조각이 그녀의 속눈썹에 내려앉았다. 문가영은 불편한 듯 눈을 깜빡였다. 진수빈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손을 뻗어 눈송이를 털어주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섣부른 행동으로 그녀를 놀라게 할까 두려웠다. 무엇보다 가까스로 얻은 이 평온이 다시 깨져버릴까 두려웠다. 결국 그는 태블릿에 타자하기 시작했다. [나쁜 짓을 많이 했어요. 아마 그 사람은 날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문가영은 화면을 읽더니 물었다. “얼마나 나쁜 짓인데요?” [거짓말을 했거든요.] 진수빈의 글에 문가영은 뜻밖에도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진수빈이 마지막으로 이토록 편안한 표정의 문가영을 본 게 언제였는지 생각이 나지도 않았다. 문가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잘못한 걸 안다면 제대로 사과하면 돼요. 분명 용서해 줄 거예요.” 분명 상대가 진수빈이라는 걸 알면 이렇게 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도 진수빈의 목울대가 미세하게 움직였다. 가슴 깊은 곳에서 작은 충동이 피어올랐다. 그는 다시 물었다. [정말 용서해 줄까요? 아주 큰 잘못이라도요?] 문가영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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