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7화
문가영은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낮게 묶은 머리칼이 어깨에 흘러내렸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가 진수빈을 향했다. 단단한 결심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진수빈의 심장이 두근두근 빨리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의 깊은 시선이 문가영의 얼굴을 훑었다. 조금은 탐욕스러운 기색이 서려 있었다.
진수빈은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본 게 얼마나 오래전 일이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다.
매일 아침 얼굴을 마주했는데도 두 사람 사이에는 언제나 투명한 벽이 존재했다.
문가영은 예전보다 조금 야위었다.
하얗던 피부는 조금 햇볕에 그을린 듯했지만 오히려 더 건강해 보였다.
그녀가 이곳에서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진수빈은 직감했다.
그러다 문가영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수빈 씨, 내 삶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알고 있어.”
그의 잠긴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씁쓸함을 가슴 속에 눌러 담은 뒤, 진수빈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너를 방해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얼굴 한 번 보고 싶었어.”
“그게 방해한 거나 다름없다고요.”
단호한 목소리는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그녀는 미련을 끌 사람도, 변명을 들어줄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을 테니 절대 방해는 안 할 것이다’와 같은 변명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진수빈과의 결별은 그녀가 모든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어낸 결과였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수빈 씨도 알고 있겠지만 내가 수빈 씨를 얼마나 보기 싫어하는지. 이름만 들어도 불편해요.”
문가영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수빈 씨, 우리 둘은 이미 끝난 관계예요. 서로 등을 돌리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게 서로한테도 좋아요. 굳이 얼굴 붉히면서 끝내고 싶어요?”
문가영의 차가운 말들이 비수처럼 진수빈의 가슴에 꽂혔다.
진수빈은 그 안에 담긴 혐오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진수빈은 고개를 떨구면서 낮게 물었다.
“너를 보고 싶어 하면 안 돼?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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