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화
반클리프 아펠의 여성용 시계로 가격대가 꽤 높은 물건이었다.
말을 마친 임슬기는 비슷한 상자를 하나 더 꺼내 문가영에게 건넸다.
“이건 가영이 거야.”
문가영은 당황하며 사양했다.
“이모, 이건 너무 비싸요.”
“뭐가 비싼데?”
임슬기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우리 진씨 가문에 시집오면 네 것이 될 거야.”
이 말이 나오자 식탁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진경수가 헛기침을 했다.
“다들 식사 중이잖아,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문소운도 따라 말했다.
“서두를 필요 없어요. 가영이와 수빈이도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젊을 때는 일에 집중해야죠.”
문가영은 이런 대화에 끼어들 자리가 없었기에 시선을 내린 채 밥그릇만 바라보았다.
“문사라의 기일에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젓가락을 내려놓은 진수빈이 무표정한 얼굴로 임슬기를 바라보며 말하자 임슬기가 태연하게 한마디 했다.
“너와 가영이 약혼한 지 오래됐어.”
문가영은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진수빈과 스무 살에 약혼했으니 벌써 5년이 지났다.
임슬기가 말을 이었다.
“계속 가영이만 희생시킬 순 없잖아.”
눈빛이 싸늘해진 진수빈은 문가영을 흘끗 보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 약혼은 처음부터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요.”
문사라든 문가영이든 약혼은 진경수의 계획이었을 뿐 진수빈이 원한 것이 아니었다.
진수빈의 말에 문가영은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젓가락을 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진경수는 불쾌한 표정으로 임슬기를 바라보았다.
“왜 지금 그런 이야기를 꺼내? 할 말이 있으면 집에 가서 하지. 오늘은 여민지를 보러 온 날이잖아.”
“사실 이야기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구혜림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임슬기와 옆의 문가영을 번갈아 보던 구혜림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수빈이의 약혼에 대해 우리 그이와 상의해봤는데 수빈이 뜻을 존중하기로 했어요. 수빈이가 약혼이 지속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반대하지 않아요.”
구혜림의 담담한 한 마디였지만 뜻은 분명했다.
진수빈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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