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화
문가영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 사이 진수빈은 머리카락을 두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남자가 몸을 숙이며 문가영과 시선을 마주했다.
“내가 미안해. 네가 그랬지, 내가 비겁하다고, 도망칠 줄밖에 모른다고… 맞아, 그게 내 모습이야. 예전에는 널 좋아하면서 표현하지도 못하고 사과할 용기도, 잘못을 인정할 용기도 안 났어. 심지어는 며칠 전에도, 난 내 진심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지.”
진수빈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미안해… 나도 널 사랑하고 있어… 네가 A국으로 떠나는 거 싫어… 명우나 문지성이 옆에 네가 서 있는 것도 견딜 수 없어… 질투 나고, 내가 초라해지는 것 같고, 마음이 아파…”
남자의 손이 심한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난 본질적으로 형편없는 인간이야. 내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늘 숨어서 가리고만 살았어. 그래서 더 많은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지. 난 겁쟁이야.”
목소리는 점점 더 옅어졌다.
진수빈의 말처럼 그의 뼛속에는 짙은 열등감이 새겨져 있었다.
그에게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각인된 듯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는 결코 명문가의 장남도, 천재 의사도 아니었다.
언제나 손가락질받던 사생아, 가난한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란 거지였을 뿐이었다.
친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천애 고아.
진수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떠올리기 싫은 장면들을 억지로 머릿속에서 밀어내려 했지만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남자의 허리가 점점 구부러졌다.
이윽고 온몸이 떨렸다.
이상을 직감한 문가영이 곧장 남자의 팔을 붙들었다.
“수빈 씨….”
진수빈이 고개를 저었다.
“… 난 괜찮아.”
문가영이 그를 믿을 리가 없었다.
억지로 남자의 팔을 잡아끌어 침대에 눕힌 그녀가 의사를 부르러 나가려는 순간, 진수빈에게 손목이 덥석 붙잡혔다.
“가지 마…”
눈빛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잠시 침묵하던 문가영은 결국 침대 옆 호출 버튼을 눌렀다.
진수빈은 의사가 안정제를 투여한 후에야 호흡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남자는 안정되는 와중에도 문가영의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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