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4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일지 짐작이 갔다. 진수빈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가 툭 말했다.
“희성 씨는 벌써 아기가 생겨서 그렇게 매일 신났던 거구나.”
문가영이 고개를 돌렸다.
“그게 왜 중요해요. 수빈 씨는 원래 아이 안 좋아하잖아요.”
예전에 그린문 보육원에 갔을 때만 해도 진수빈은 아이들을 유난히 어려워했었다. 그 말에 그는 잠깐 말이 막혔다. 하려던 말이 목끝에서 다시 삼켜졌다. 그때 분명 그렇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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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예은에게서 다시 연락이 온 건 이미 겨울이었다. 그가 현지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락은 자연스레 뜸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야생동물 때문에 한동안 숲에 들어가 있어야 하고 현지 규칙도 지켜야 하고 괜히 마찰이 생기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촬영 장비를 빼고는 전자기기를 전부 맡겨 둔다고 했다.
영상통화가 연결되자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화면에 떠올랐다. 그 뒤로는 초가지붕 집들이 원을 그리며 둘러서 있었다.
“가영아! 오랜만이야!”
문가영의 미간이 잔뜩 모였다.
“예은아, 거기 대체 어디야?”
“오지에 있는 부족 마을. 저번에 원시림에서 재밌는 걸 많이 찍었거든. 지금은 말 못 하지만 방송 나가면 깜짝 놀랄 걸.”
진예은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얼굴은 까맣게 탔지만 생기는 그대로였다.
문가영이 한숨을 놓았다.
“난 지금도 네가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아니, 그거랑은 달라. 여긴 있으면 있을수록 너무 매력적이야. 기회만 되면 아예 눌러앉고 싶을 정도야.”
진예은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한꺼번에 털어놓았다. 지금 머무는 마을은 겨우 신호가 잡혀서, 신호가 뜨자마자 영상통화를 걸었다고 했다.
문가영은 지난달 전화를 걸어온 서은미가 떠올랐다. 혹시 딸 소식이 있느냐 묻던 목소리는 지쳐 있었다. 진예은은 반 년 가까이 집에 가지 않았고 가족과의 연락도 끊긴 상태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예은아, 정말 가족이랑 연락 안 할 거야? 지난달에 어머님 또 병원에 입원하셨어.”
화면 속 진예은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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