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문가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도와드리려고 한 거예요.” “도움은 그렇게 주는 게 아니야.” 진수빈이 문 쪽을 바라보았다. “포도당 가져왔어?” 이내 간호사가 포도당을 들고 들어와 여민지에게 먹였다. 안색이 나아지자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희성이 말했다. “여 선생님, 정말 깜짝 놀랐어요.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쓰러지시다니. 다행히 진 선생이 바로 부축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크게 다치셨을 거예요.” 여민지가 진수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진수빈이 시선을 내리며 물었다. “오늘 점심 안 먹었어?” “오늘만 안 먹었겠어요? 요즘 환자 많아서 여 선생님이 환자들 때문에 아침을 자주 거르셨어요. 그래서 저혈당이 온 것 같아요.” 다른 의사가 덧붙였다. 그들은 여민지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에 안도하고 있었다. 구석에 서 있는 문가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해 가식적인 미소조차 지을 수 없었다. 다시 진수빈을 바라봐도 여전히 여민지와 손을 꽉 잡고 있었다. 허튼 생각을 할 필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통제할 수 없이 아려와 시선을 내리고 사람들을 피해 휴게실을 나왔다. 가장 먼저 반응한 방우지가 문가영을 불렀다. “문 간호사?” 문가영은 듣지 못한 듯 빠르게 걸어갔다.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든 진수빈은 문가영의 뒷모습만 봤지만 이내 덤덤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민지가 진수빈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돼? 집에 가서는 내가 쓰러진 얘기 하지 말아줘. 가족들이 걱정할 거야.” 진수빈은 덤덤하게 ‘응’ 이라고 대답했다. ... 휴게실을 나온 후 혼자 아래층 정원을 거닐던 문가영은 정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옹졸하게 굴면 안 된다고 계속 자신을 달래었다. 의료진은 환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져 고개를 드니 진수빈이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운을 벗은 것을 보니 퇴근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문가영은 코를 킁킁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