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0화

이런 집안에서 너무 많은 비밀을 아는 사람은 보통 오래 살지 못한다. 그는 서둘러 조용히 물러 나왔고, 안에서는 김해영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지난 몇 년 동안 태호한테 잘해준 거 알아요. 당신이 이 아들을 정말 만족스러워하는 줄 알았네요? 하하, 연기하는 거였어요? 당신은 원래 연기에 능하잖아요. 역시,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건 그 계집년이었네요! 그래서 박여진을 데려온 거 아니에요? 미리 말하는데, 박호섭 씨, 태호가 당신 결정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 같이 망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를 집어 박호섭의 콧등에 던져 버렸다. 두 사람은 언제나 남들의 눈에는 모범적인 부부였다. 누군가 이 장면을 본다면 절대 믿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성격이 매우 좋았다. 박호섭은 학교 다닐 때부터 매우 뛰어났고, 모두의 눈에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김해영 또한 명문가 출신으로 자신만의 도도함과 단정함, 그리고 고귀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어쩌다 원수처럼 서로를 바라보게 되었을까. 박호섭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다. “헛소리 그만해.” 김해영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차갑게 웃었다. “당신은 정말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게 지겹지도 않아요? 태호만 무사하다면 저도 당신이랑 같이 연기해 줄 수 있어요. 하지만 태호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요!” 박태호는 문밖에 서서 두 사람의 싸움을 듣고 있었다. 는 머리가 너무나도 아파왔다. 고열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던 그는 지금 세상이 온통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그의 기억 속에 부모님이 이렇게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독한 말까지 하는 것은 더더욱 말이다. 김해영이 다시 말했다. “정말 당신의 위선적인 모습에 질렸어요!” 박호섭은 차갑게 웃으며 책상 위에 흩어진 서류들을 천천히 정리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당신이라고 뭐 좋은 점이라도 있어? 내 서재에서 나가. 눈에 거슬리게 하지 말고.” “하하하.” 김해영은 웃기 시작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