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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다음 날까지 잠을 잤다. 유승준이 일어났을 때 옆에 있던 사람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몸을 지탱하고 조용히 그녀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10분 동안 바라보다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 옷을 입었다. 어젯밤 그녀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는 마침내 그녀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녀와 남편의 결혼 생활은 분명히 망가졌지만 유승준과 얽히면 좋은 결말이 있을까? 두 사람은 지금 단지 정욕에 이끌릴 뿐이었다. 정욕이 사라지면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유승준은 이곳을 떠날 때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는 차를 몰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다시 잠을 잤고, 그 후에는 유씨 가문의 고택으로 갔다. 오늘 회사에 할 일이 없었기에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장기를 두려 했다. 이전에도 두 사람은 이런 다정한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예슬이라는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그는 할아버지와 다정하게 장기를 두는 일이 드물었다. 이제 유정혁이 더는 간섭하지 않았기에 두 사람은 이전의 관계 방식으로 돌아갔다. 십여 수 정도 두었을 때 유정혁은 그의 마음이 장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기운이 없어 보이네.” 유승준은 장기알 하나를 바둑판 위에 놓으며 조금 혼란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냥 생각 중이었어요. 제가 어떤 여자를 찾아야 할아버지가 만족할까 하고요. 만약 집안 배경이 좋지 않으면...”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할아버지가 그의 한쪽 비숍을 잡아먹었다. “네가 지금 누구를 찾든 상관없어. 예슬 같은 아이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후회할 거야.” 유승준의 머릿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그가 보았던 그 화려한 여자가 떠올라 표정이 순식간에 마치 파리를 삼킨 듯 일그러졌다. “할아버지, 전 가끔 할아버지가 정말 안과에 가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 녀석!” 유정혁은 손을 뻗는 시늉을 했다가 천천히 거두었다. “됐다. 강요할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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