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67화

지금의 심윤철은 잠시 그의 말을 믿기 어려웠기에 이재희보고 일단 이진아에게 돌아가 있으라고 했다. 이재희는 신분이 너무 민감했다. 곁에 두면 여원훈한테 눈에 띌 수 있고, 둘째, 셋째 숙부도 이미 이재희의 존재를 알아챘다. 잠시 사라져 주는 편이 안전했다. 그러자 이재희가 얌전히 일어나 심환을 바라봤다. 하지만 심환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감정 속으로 완전히 잠긴 듯, 누구와도 눈을 맞추지 않고 식탁 위만 말없이 내려다봤다. 이재희가 떠나자, 심윤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빠, 오늘 여기 온 건... 다른 할 얘기가 있어서야?” 구출 당한 뒤로 심환은 거의 틀어박혀 있었고 밖에 나간 적이 거의 없었다. 심환은 고개를 저으며 입꼬리를 씁쓸하게 올렸다. “그냥... 너 한번 보러 왔어. 이재희랑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최소한 지금 네 옆에는 누군가가 있잖아.” 그 말은 어쩐지 작별 인사처럼 들리자 심윤철의 마음이 싸하게 가라앉았다. “전신 검진 잡을게. 오빠 몸 상태가 자꾸 마음에 걸려.” 심환은 등받이에 기대며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괜찮아. 난 정말 행복해. 아마... 너도 이제 알게 될 거야.” 그러자 심윤철도 더 묻지 않았다. 두 남매는 어떤 부분에서는 똑같이 고집스러웠다. ... 이재희는 숙소로 돌아가자마자 참지 못하고 이진아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진아는 이재희에게 있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신과 같은 존재였다. “누나, 심환 씨가 윤철 씨를 보는 눈빛이 이상했어. 그냥 느낌이 그래. 심환을 망가뜨린 그 여자가 분명 윤철 씨와 연관되어 있어. 혹시... 윤철 씨의 연인이었나? 윤철 씨는 지난번에 생리대도 샀잖아. 그건 여자만 쓰는 건데... 윤철 씨는 또 나랑은 처음이라 했다니까. 진짜인지 아닌지 모르겠고...” 이재희는 이진아 앞에서 숨기는 게 없이 떠오르는 대로 전부 말했다. 이진아가 살짝 눈썹을 올리며 옆에 앉아 있던 강현우를 바라봤다. 이진아는 강현우 쪽으로 다가가 탁자 위 를 톡톡 두드렸다. “할 말이 있어요.” 이진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