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9화
이수아는 옆으로 늘어진 손을 꽉 쥐고 있었고, 손끝은 이미 피가 맺힐 정도였다. 얼굴엔 억지 미소가 떠 있었지만 눈빛은 싸늘했다.
“아니야. 당연한 거지. 이번 일은 진짜 언니한테 사과하는 게 맞아.”
이진아는 가방을 열어 상태를 확인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도영은 나름대로 안목이 있었다. 이 가방 정도면 충분히 들고 다닐 만했고, 무엇보다 디자인이 과하지 않고 우아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녀는 다시 이도영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며 말했다.
“고마워.”
이도영은 갑자기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예전에 자신이 이진아에게 사실을 인정하라고 설득했던 일이 떠올라서 내심 찔렸던 것이었다.
이진아가 그걸 마음에 담아두지 않은 걸 보니 그제야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때, 이수아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진아는 여전히 이성적인 이수아의 모습에 새삼 놀라웠다.
지금껏 봐온 이수아는 수가 얕고 감정에 쉽게 휘둘리는 타입이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침착해 보였다.
“언니, 나 내일 웨딩드레스 피팅하러 가. 혹시 시간 되면 같이 가줄래?”
“시간 안 돼. 나 출근해야 해.”
이진아의 단호한 대답에 이수아는 속으로 조금 위안을 얻었다. 그녀는 이진아가 겉으론 괜찮은 척하고 있어도, 마음속은 무너져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사랑했던 남자가 자신 아닌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걸 알게 된 밤, 분명 혼자 술이라도 마시며 울어야 직성이 풀리겠지. 지금 저렇게 담담한 건 다 억지로 버티는 거야.’
“서준 오빠가 전하래. 예전 일은 다 잊고 이제는 털어버리자고.”
이진아는 그 말이 웃겼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이수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로 강서준이 그런 말 했어? 내가 보기엔 나야말로 다 털어냈고, 강서준은 아직 나를 못 내려놓은 것 같던데? 오늘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녔거든. 아무리 꺼지라고 말해도 절대 안 떨어지더라. 수아야, 예비 신부로서 잔소리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수아의 얼굴이 순간 하얘졌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렸고, 기세 좋던 태도는 흔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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