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화
이진아는 왜 이재명이 늘 그 깊은 실망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봤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할아버지가 나 때문에 돌아가신 거였다니...’
하지만 돌아가시기 전, 단둘이 나눈 마지막 말이 있었다면 그건 원망이 아닌 걱정이었을 것 같았다.
이진아는 순간, 감정이 복받쳐 얼굴 한쪽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 자기 뺨을 세게 내리쳤다.
그 모습을 본 이도영이 깜짝 놀라 뛰어올랐다.
“큰누나, 갑자기 왜 그래!”
이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숨을 고르고는 다시 묘지 언덕 위를 올려다봤다.
“가자. 할아버지 뵈러 가야지.”
이도영은 마음이 복잡했다. 괜히 이런 데를 데려온 건가 싶어 속이 쓰렸다.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그녀를 따라갔다.
십여 분을 더 올라가자, 드디어 묘비가 눈에 들어왔다.
이진아는 갑자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가까워지니까, 오히려 용기가 사라졌다.
이도영도 조용히 그 옆에서 기다려줬다.
이진아는 한참을 그 자리에 멈춰 있다가, 조심스럽게 다가섰다.
묘비 위의 흑백 사진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이진아의 눈물이 절로 터져 나왔고, 몸이 휘청거릴 만큼 어지러웠고 눈앞이 빙빙 돌았다.
묘비에 손을 짚고 한참이나 숨을 고른 끝에야, 그제야 비문이 또렷하게 보였다.
비 앞에는 신선한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꽃잎에는 아직 아침 이슬이 맺혀 있었다.
이진아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무릎을 꿇어 절이라도 하려는데, 무릎이 바닥에 닿기도 전에 가슴이 미친 듯이 쥐어짜오며 몸이 떨려왔다.
이도영이 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
“큰누나, 이러다 쓰러지겠어. 그냥 가자. 여기서 더 오래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속으론 이수아 말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여기 오면 기억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해서 데려왔는데, 정작 지금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런데 이진아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몇 번이나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눈에 새기고서야 씁쓸하게 웃었다.
“도영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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