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화
이진아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수아의 연기는 정말 완벽했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서 모든 사람이 놀아나고 있었다.
“큰누나, 오늘 시간 괜찮지? 나랑 잠깐 바람 쐬러 가자. 전에 누나가 자주 갔던 데도 있어. 혹시 기억 찾고 싶으면, 거기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진아는 그 말이 조금 끌렸다. 기억을 더듬을 수만 있다면 뭐든 상관없었다.
“그래. 거기로 가보자.”
이도영은 바로 운전석으로 달려갔다.
입가엔 아부 섞인 미소가 번졌지만, 오늘따라 그 표정이 진심처럼 느껴졌다.
“좋지!”
그렇게 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을 빠져나갔다.
이진아는 창밖으로 물러나는 풍경을 바라보며, 조금은 설레기도 하고 조금은 의아하기도 했다.
이도영이 대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지 싶었던 그때, 두 사람이 함께 도착한 곳은 뜻밖에도 묘지였다.
강현우와 함께 왔던 그곳은 아니었지만, 이곳 또한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진아는 차에서 내리며 잠깐 멈칫했다.
“여긴 어디야?”
이도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여기 계셔. 예전에 누나 제일 예뻐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진아는 가슴 한복판이 쿡 찔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 외의 기억은 여전히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도영은 머쓱한 듯 뺨을 긁었다.
“사실 여기 오는 게 맞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근데 할아버지 돌아가셨을 땐 누나가 정말 오래 울었거든. 그리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누나만 따로 부르셔서 침대 곁에서 마지막 말을 하셨는데 우리 아무도 그 내용은 못 들었어. 그날 이후로 누나 며칠 동안 안 먹고 버티다가 실신했었지. 그 뒤론 틈만 나면 여기 왔고...”
이진아는 점점 머리가 아파져 왔다. 그녀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이마를 짚었다.
묘지 한가운데로 향하는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갔다.
이도영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
“작은누나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땐... 할아버지가 별로 안 좋아하셨어. 심성이 바르지 못하다고 하셨거든. 약도 계속 드시던 때라 기력이 약하셨는데, 누나가 그때 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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