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6화
그는 그녀의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눈이 내리는 밤이라 추운 와중에도 이진아는 문득 동굴 속 장면이 떠올랐다.
작디작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어 몇 밤을 지새웠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눈 내리던 그날 밤처럼 함께 매화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순간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에 이진아는 저도 모르게 물었다.
“아파요?”
어둠 속에서 Z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지금 날 걱정하고 있어요?”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진아가 그를 신경 쓰고 있고 사랑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하려 했다.
이진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강현우에게 꺾어다 주려던 매화라는 생각에 가슴 한편이 더욱 저릿해졌다.
마치 바람피운 남편이 외박하고 돌아온 아내와 마주친 것처럼 죄책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조용히 그의 손을 잡고 깍지를 꼈다.
“이따가 제트네 집에 가서 상처 치료해줄게요.”
“네.”
“내일 맛있는 것도 가져다줄게요.”
“네.”
“섣달 그믐날 저녁에 제트랑 같이 밥 먹고 싶은데 시간 있어요?”
Z가 발걸음을 멈추고 덤덤하게 말했다.
“나한테 뭐 미안한 게 있어요?”
이진아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졌지만 다행히 어두운 밤이라 알아채지 못했다.
“제트는 내 남자친구잖아요. 당연히 잘해줘야죠. 섣달 그믐날에 혼자 그 캄캄한 집에서 지낼 거예요? 마침 나도 그날에 약속 없는데.”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고는 가까이 다가왔다.
“그럼 내 마음대로 해도 돼요?”
마음대로 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필 이진아가 가장 죄책감을 느낄 때 이 질문을 던졌다.
인생의 함정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같은 생각에 이진아는 이를 악물었다.
“네.”
그녀의 손을 꽉 잡은 그가 갑자기 말했다.
“진아 씨, 나 너무 기뻐요.”
그 순간 이진아는 미안함이 더욱 깊어졌다.
‘뭐가 기쁘다는 거야? 바보같이.’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말했다.
“섣달 그믐날이 내 남동생 생일인데 괜찮다면 남동생 보러 갈래요?”
Z가 발걸음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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