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5화
차 안,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백미러를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아까 그 녀석 참 멍청해. 봤어?”
뒷좌석의 남자는 시선을 늘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어두운 기운이 온몸을 뒤덮고 있었다. 손으로 이진아의 얼굴에 맺힌 땀을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제트, 진아 씨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Z는 이진아의 손을 꽉 잡고 품에 안은 채 쉰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후회돼. 어떡하면 좋을까? 요즘 매일 두려워서 미치겠어.”
운전석의 남자가 덤덤하게 웃더니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너 병이 도졌어. 일단 감정부터 조절해야 하니까 약 먹어. 지금은 심각한 상태인 건 진아 씨가 아니라 너야. 요즘 너무 불안정해. 이러다 조만간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 그리고 그때 그 일은 네 잘못도 아니었어.”
이진아는 잠결에도 덩굴에 칭칭 감긴 듯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떴다가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운 걸 보고는 마음을 놓았다. Z의 영역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예전에는 어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를 알고 나서 어둠도 그다지 견디기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배를 만져보니 아프지 않았고 몸도 깨끗했다. 누군가 닦아준 모양이었다.
“제트?”
이진아가 소리 내 불렀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자 황급히 일어나려 했다.
복도에 작은 등이 켜졌고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미간을 문지르며 문 앞에 서 있었다.
“제트가 발작을 일으켜서 쉬라고 했어요. 진아 씨는 좀 괜찮아졌나요?”
이진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Z가 정신적인 병을 앓고 있다는 것만 알았지, 정확히 무슨 병인지는 알지 못했다.
“제트한테 가봐야겠어요.”
그런데 남자가 그녀를 막아섰다.
“가도 소용없어요. 더 심해질 뿐이니까 시간을 좀 줘요. 진아 씨, 만약 제트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약속해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죽이진 않겠다고요.”
숨만 붙어 있다면 살릴 수 있었다.
이진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말 그대로 정말로 Z를 죽이지 말라는 뜻이라는 걸 깨달았다.
‘전에는 제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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