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39화
이도영은 쪼그려 앉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버지 이재명의 글씨체인 게 틀림없었다.
그는 이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랐다. 어릴 때부터 이재명이 서예를 가르쳤기 때문에 거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무판자 옆의 눈을 치우며 뒤에 서 있는 신규덕에게 물었다.
“할아버지, 여기 묻힌 분이 할아버지 가족분이 아니라 혹시 우리 집안 친척분인가요? 그런데 아빠는 왜 저한테 한 번도 말씀 안 하셨죠? 대체 어떤 친척이기에 이곳에 묻혀 계신 거예요?”
신규덕은 잠깐 망설이다가 화제를 돌렸다.
“이만 가자. 이따가 또 눈이 많이 내릴 텐데 그러면 산길이 더 험해져.”
이도영은 자꾸만 신경 쓰여 작은 글씨를 계속 더 보려 했다. 그런데 신규덕이 지게를 잡고 들어 올렸다.
“됐어. 보지 마. 재명이가 아무 말도 안 했다면 중요한 사람이 아닌 거겠지. 가자.”
이도영은 반신반의하며 일어서 그를 따라 앞으로 걸어갔다.
눈이 정말로 점점 더 세게 내렸다. 거의 한 시간이나 걸어서야 약초를 캤다.
돌아오는 길에 이도영이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한테 아버지 얘기를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아버지가 예전에 길거리 노점부터 시작하셨다는 것만 알고 있거든요. 고향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나요?”
신규덕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회상했다.
“재명이는 참 착했어. 고향에서도 평판이 아주 좋았고. 여기 길은 모두 재명이가 닦아놓은 거야. 예전에 네 누나가 많이 아팠을 때 여기저기 길을 많이 닦았어. 그게 다 덕을 쌓으려고 그런 거였지.”
이도영은 문득 이진아가 어릴 적에 병약해서 몇 번 만나보지도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늘 치료를 받거나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다행히 이진아는 잘 이겨냈다.
두 사람은 신규덕의 집으로 돌아왔고 신규덕은 약초를 다듬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후 내내 약초를 다듬었다.
저녁이 되자 이도영은 약초를 챙겨 문자에 적힌 그곳으로 가려고 했다.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런데 신규덕이 그를 만류했다.
“오늘 밤에는 눈이 많이 쌓여서 여기서 하룻밤 묵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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