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4화
이도영은 갑자기 고강아지를 푹 숙인 채 운전대에 얼굴을 묻었고 목소리에는 어딘가 비웃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누나한테는 소정인이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라 내가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것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진아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소정인에게도 분명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이기적이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었다.
이도영은 조금 지쳐보였고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됐어요. 이제 그만 내려요.”
그의 말에 이진아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왔고 그녀도 더는 말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바로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이도영은 아래에 누군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지만 깜깜한 어둠 속을 몇백 미터쯤 걸어보아도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이도영이 꽤 떨어져 있는 곳에서 아무 말 없이 뒤따라 오고 있었다.
이 모습은 마치 이도영이 눈밭에서 사라졌던 날에 이진아가 그를 찾아 나섰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 끝까지 고집을 부리며 누구도 먼저 다가가려 하지 않았던 그날 처럼 말이다.
이진아는 회상을 뒤로 한 채 다시 앞으로 몇백 미터쯤 걷기 시작했고 걷다 보니 그녀는 마침내 멀리서 희미한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조금 의외라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제야 이곳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집들이 너무 낮고 큰 나무들에 가려져 있어서 처음엔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때 이도영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여기는 소정인의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이에요. 회암시 빈민가에서 멀지 않은데 오히려 빈민가보다 더 삭막한 동네에요.”
그는 그 말을 남긴 채 몇 걸음 앞서 나아가더니 이내 걸음을 멈추고 여전히 무심한 듯한 어조로 말했다.
“누나, 아까 차 안에서 내가 소정인 때문에 누나를 납치하려 한다고 얘기했었죠? 사실 누나도 속으로는 나를 믿지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이진아는 순간 당황스러움이 밀려왔고 그녀는 이도영이 더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