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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이도영은 거의 넋이 나간 채 일어나, 기계적으로 병원으로 향했다. 운전 중에도 정신이 몽롱해서 그만 교통사고를 낼 뻔했다. 박여진은 그런 이도영의 상태가 너무 이상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일로 저렇게까지 망가졌는지 이해가 안 됐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직감한 박여진은 이진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가고 연결이 되지 않았다. ... 한편, 이진아는 눈을 뜨자마자 천장부터 바라봤고 익숙한 환경에 자기가 정말 집에 돌아왔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천천히 이마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제트?” 작게 불러봤지만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밖으로 나와보니 주방에 따뜻하게 데워진 밥과 반찬이 준비돼 있었고 냉장고 위에는 짧은 쪽지가 붙어 있었다. [급한 일 생겨서 잠깐 나갔어요. 일어나면 꼭 밥 챙겨 먹어요.] 배는 고프지 않았고 지금은 오후 세 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진아에겐 밥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어젯밤 잡혀있을 때, 남자들이 우두머리를 ‘형’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는데 전에 Z 별장 근처에서 쫓기던 그날에도 누가 ‘한범 형’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며 주소를 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젠가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모든 게 한 줄로 이어진 셈이었다. “대표님, 저 꽤 쓸 만합니다. 필요할 때 꼭 불러주세요.” 예전에 조유하가 했던 말이 떠올라 이진아는 핸드폰을 꺼내 조유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만큼은 신뢰할 만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그 시각, 조유하는 누군가에게 감시받는 방 안에 있었고 핸드폰이 울리자 눈빛이 번쩍였다. “대표님이 전화하셨어요. 잠깐 나가봐야겠습니다.” 감시자 중 한 명이 휴대폰을 확인한 뒤, 다른 사람과 잠깐 얘기하고는 폰을 건넸다. 조유하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일부러 평온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시간 돼?” 조유하의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네, 곧바로 대표님 댁 앞으로 가겠습니다.” 이진아는 조유하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는 게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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