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5화
그녀는 멍하니 앉아 무릎을 감싸 안고 넓은 공간을 바라보았다.
한편 별장 안에서 강현우가 쪼그리고 앉아 깨진 꽃병 조각을 조심스럽게 줍고 있었다.
하지만 꽃병이 너무 산산조각이 나서 가루가 된 조각들은 주울 수도 없었다.
마치 그들의 관계처럼... 언젠가 진실이 드러난다면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겠지.
주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바닥에 앉아 조각을 줍고 있는 강현우를 보았다.
깜짝 놀란 그는 황급히 옆으로 다가갔다.
“대표님, 제가 할게요.”
주지훈도 쪼그리고 앉아 함께 주웠지만 무심코 시선을 올리고 강현우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더니 또다시 놀랐다.
“다치셨어요?”
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했지만 심장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찬바람이 쉴 새 없이 새어 들어왔다.
구급상자를 챙겨오려던 주지훈은 며칠 전에 금방 가져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
강현우는 꽃병 조각을 꽉 잡고 있다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대체 어디서 진 걸까?”
얼굴도 못 드러내는 괴물보다 그가 뒤처진 게 뭘까?
예전에는 져도 당연했지만 지금은 전혀 내키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다고나 할까?
주지훈은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초조해하며 말했다.
“대표님, 몸도 편찮으신데 신경 쓰셔야죠.”
그제야 강현우도 시선을 내리고 수중의 꽃병 조각을 내려놓았다.
다 시들어가는 꽃잎을 바라보며 그의 눈가에 아쉬움이 스쳤다.
그녀가 선물한 꽃병이자 그녀 스스로 무너뜨린 꽃병.
이진아에겐 오랜 세월 함께한 남자 외에는 아무도 중요하지 않은 걸까?
또 혹은 한순간 간절히 원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무관심해지는 그런 걸까? 그녀는 꼭 마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붙잡아둘 만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강현우는 안색이 창백해지고 고개를 숙인 채 기침을 해댔다.
주지훈이 얼른 그를 부축했다.
“이제 그만 쉬셔야 해요. 여긴 제가 정리할게요.”
강현우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약을 찾으려 했다.
애써 평정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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