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7화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남자조차 정확하게 손목을 찬다는 건 어려운 일인데 상대가 들고 있던 칼까지 날려버리고 손으로 잡아챘다. 이진아는 이 모든 동작을 너무나 능숙하게 해냈고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강오름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진아가 기억을 잃은 후였다. 그는 이진아에게 그들이 친구나 다름없다고 말했지만 이진아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여전히 경계심을 품고 있긴 했으나 희미하게나마 예전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억 상실은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간 듯했다.
강오름은 강씨 가문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을 연결해 추론하는 건 가장 잘했다.
예전에 우연히 찍었던 사진과 강현우가 이진아를 대할 때마다 드러내는 은밀한 감정들을 보면서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을 짐작했다.
지금 강현우 때문에 비참해졌기에 절대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오만방자한 강현우를 끌어내리겠다고 마음먹었다.
강오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충격을 받은 강서준을 보면서 코웃음을 쳤다.
“못 믿겠어? 삼촌이 왜 이진아를 좋아하는 티를 팍팍 내지 못하는지 알아? 이진아의 반감을 살까 봐 두려워서 그래. 내 짐작인데 이진아가 기억을 잃기 전에 뭔가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해. 그래서 삼촌과의 관계가 안 좋았던 거야. 하지만 기억을 잃은 후에 삼촌에 대한 미움도 전부 까먹어서 삼촌이 접근할 틈이 생겼던 거고. 겉으로는 깨끗한 척하지만 이진아한테 아주 더러운 짓을 많이 했어.”
강오름은 처음부터 강현우가 청렴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 인간이 완벽한 가면을 오래 쓸수록 내면은 더욱 음험하게 변하는 법이다.
강현우는 지금도 계속 가면을 쓰고 있지만 만약 이진아가 강현우를 대놓고 싫어하고 적대시하면 아마 이성을 잃고 모두를 파멸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
진짜 강현우는 미친개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미친개를 조종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을 이진아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을 잃은 그녀는 너무도 둔감했다. 강현우가 파놓은 함정에 빠져도 눈치채지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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