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6화
등 뒤에서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 이진아는 뒤돌아보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썼다.
첩첩산중인 데다가 휴대폰도 없어 구조 요청을 할 수 없었던 터라 오로지 감각에 의지해 걸을 뿐이었다.
한참을 걸으니 강현우의 차가 점처럼 작게 보였다.
이진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결정을 내린 이상 망설이지 말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근처가 온통 높은 산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헬리콥터를 타고 위에서 봐도 빼곡한 숲만 보일 뿐 사람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녀는 이미 도망갈 길을 생각해 두었다. 나중에 강현우가 헬리콥터를 동원해 찾더라도 그녀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산속을 이틀 동안 미친 듯이 헤맨 끝에 마침내 집 몇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진아는 마음이 줄곧 불안했다. 강현우를 떠날 때의 그 눈빛이 영원히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웃는 것 같기도 했고 조롱하는 것 같기도 했으며 무척 깊은 뭔가에 가려진 듯 약간 광기에 젖은 눈빛이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걷는 내내 그 눈빛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머리가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겨우 마을을 찾은 이진아는 어느 한 집 앞에 앉았다.
이곳도 회암시에 속한 곳이라 그리 가난하진 않았다. 휴대폰을 빌렸지만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박여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진아와 박여진이 친한 사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박여진의 인맥이 넓어 적어도 이 단계에서는 그녀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강현우를 떠난 지 이틀이나 되었고 산속에서 이틀 밤낮을 걸었는데도 피곤함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의 전화를 받은 박여진은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고 확인했다.
“그동안 강현우한테 끌려가 강제로 결혼하고 브라운 베이에 감금돼 있다가 겨우 도망쳤단 말이에요?”
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여진 씨, 소식 들은 거 있어요? 강현우 지금 어때요?”
그가 구조될 거란 걸 알면서도 다친 건 아닌지 궁금했다. 왠지 그 눈빛이 계속 잊히지 않았다.
걷다가 지쳤을 때도 그 눈빛만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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