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8화
이진아는 아무 자리나 찾아 앉았다. 조금 전 여러 사람과 말싸움을 벌인 후 마음이 몹시 불안했다.
터무니없는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떠올랐고 그녀마저도 스스로를 비웃었다.
고개를 숙인 채 손목에 한 팥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눈에 띄는 붉은색이 그녀와 강현우가 부도덕한 짓을 했다는 걸 상기시키는 듯했다.
손가락으로 팔찌를 몇 번이나 문질렀다. 지금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강현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이만 가자.”
이진아가 듣지 못한 척하자 강현우는 발치를 멍하니 내려다보는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
“진아야, 이만 돌아가자.”
이진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봤다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만지려는데 이진아가 피해버렸다. 그의 손이 공중에 멈췄고 손가락 끝이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먼저 일어나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 차에 탈 때 일부러 아주 먼 자리를 골랐다.
돌아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브라운 베이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고 안방에 들어온 후에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이진아는 강현우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창가 옆 의자에 앉아 책상에 엎드렸다. 그대로 잘 생각이었다.
강현우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까지도 이진아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맞은편에 앉았다.
“왜 그래?”
이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문을 닫지 않아 꽃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왔다.
강현우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때 이진아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갑자기 내가 너무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위로하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도 무엇에 덴 것처럼 멈칫했다가 이내 거두어졌다.
“콜록콜록.”
강현우는 기침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기침 소리가 너무 클까 봐 애써 참는 듯했다.
겨우 진정한 찰나 이진아가 일어서더니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
“현우 씨, 우리는 서로를 좋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