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2화
최미경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 세월 동안 내 마음속엔 마귀가 자리 잡고 있었어. 십 년 전 절에 들어가 수행하며 그 마귀를 쫓아낼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여전히 조금은 억울하네. 그때의 누명을 나 혼자 뒤집어썼다는 것도, 강씨 집안에서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네 아버지 머릿속엔 항상 계획뿐이었다는 것도. 하지만 널 보니 내가 틀렸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순간적으로 늙어 보였다.
여전히 손가락으로 염주를 굴리지만, 얼마 전의 날카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진아 그 아이는 널 좋아하지 않아. 네 아버지는 내가 견식이 짧다고만 했지만, 이현이 그 아이는 정말 너를 좋아했어. 널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내 곁에서 고개를 숙이고 살았지. 그렇게 널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몸도 마음도 다칠 필요가 없을 거야. 나처럼 원망뿐인 인생을 살게 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거야.”
‘그건 정말 보기 흉한 일이니까.’
그녀가 남긴 이 아들은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고 반짝반짝 빛나길 바랐다.
권세야말로 가장 긍지 높은 영혼을 키워내는 밑거름이지, 사랑이라는 것은 사람을 썩게 할 뿐이다.
그녀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이걸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최미경은 이렇게 오랫동안 마음을 다해 말했으니 적어도 강현우가 조금이라도 이해해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은 정반대였다.
“어머니, 저는 진아를 좋아해요.”
최미경은 더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손을 저으며 그냥 자리를 떠났다.
강현우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천천히 위층으로 돌아갔다.
그는 조용히 침실 문을 열고 침대에서 잠들어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순간 가슴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편, 서하늘은 컴퓨터로 전달받은 자료를 보며 가볍게 비웃음을 지었다.
누군가가 물었다.
“그때 일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어?”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등을 의자에 기대고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강씨 가문의 이 비밀은 너무 깊게 묻혀 있었으니 많은 세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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