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6화
이진아는 꽤 오랫동안 그 꿈속에 갇혀 있었다. 몸은 마치 무언가에 눌려있는 것처럼 답답해 쉽게 깨어날 수 없었다.
꿈속의 자신이 느꼈던 그 강렬한 감정까지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꿈속의 선배가 내밀어준 따뜻한 손길은 말 그대로 구원의 동아줄이자 마지막으로 잡아보는 지푸라기였다.
그 어린 시절, 아직 제대로 자라나지 못했던 그 마음이 한순간에 확실한 감정으로 바뀌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 속에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짐승의 울음소리 사이로, 이진아는 처음 누군가와 결혼하고야 말겠다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말로 이루 다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이진아는 빨리 이 꿈에서 깨어나고 싶었지만 깨어날 수 없었다. 상대의 몸에서 희미하게 풍기는 피 냄새를 맡고 뒤늦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분명 많이 다쳤을 법도 한데 선배는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진아는 여전히 흐릿한 눈으로 조용히 물었다.
“스승님은 언제쯤 우릴 데리러 오실까요?”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서 선배는 처음으로 대답을 해주었다.
“곧 오실 거야.”
이진아는 점점 더 강렬해지는 바깥의 햇살을 맞으며 자신의 몸이 점점 숲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풀밭에 앉아 점점 멀어지는 선배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사냥하러 간 것 같은데, 오늘은 또 고기 구워주려나?’
하지만 몇 걸음 걷던 그가 다시 몸을 돌려 이진아의 곁으로 다가왔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보았지만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고 하얀 접시처럼 생긴 태양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다.
그 순간, 어두운 그림자가 스르륵 이진아의 위를 덮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 안고는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다시 도망치듯 달아나 버렸다.
이진아는 멍하니 그 자리에 앉아 이게 무슨 상황인지부터 파악하기 시작했다. 생각을 이어나갈수록 마음속만 괜히 복잡해졌다.
스승은 늘 이진아에게 그녀가 감정이 남들보다 둔해서 가끔은 중요한 걸 놓친다며 나중에 사기라도 당할까 봐 걱정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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