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4화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어수선 해졌다. 그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려 하지 못했다.
이진아는 슬쩍 강현우를 훔쳐보았다.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긴 했지만 딱히 화난 것 같아 보였다.
‘뭔가, 은근히 흐뭇해하는 느낌이네?’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며 한윤희에게 물었다.
“더 궁금한 거 있어요?”
잠시 고민하던 한윤희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근데 왜 결혼을 안 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전에 좋아하던 사람이라도 있었어요?”
이진아와 강현우는 예전까지 Z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그것은 서로의 가슴 속 깊이 박혀버린 가시처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슬쩍 정리해볼 기회였다.
“네,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어요. 그것도 두 명을 동시에요. 정말 갈팡질팡했죠.”
한윤희는 막 물을 마시려다가 그 말을 듣는 순간, 거의 뿜을 뻔했다.
그녀는 충격적인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하는 이진아를 바라보다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강현우도 바라보았다.
한윤희는 축축해진 자신의 입꼬리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네? 양다리였다고요?”
“음, 양다리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둘 다 좋아했어요. 한 명을 선택하지 못했죠.”
“세상에, 강현우 같은 남자를 두고도 다른 사람을 좋아했단 말이에요? 그건 너무 욕심 아니에요?”
한창 툴툴거리던 한윤희는 더 깊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두 사람... 싸운 적은 없어요?”
“싸운 적 많죠. 특이 이 일 때문에요. 내가 잘못한 게 맞으니까 뭐라도 변명할 수가 없긴 해요.”
한윤희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나뭇가지를 들고 모닥불을 이리저리 헤집었다. 사실 뭘 하는 건지는 본인도 알지 못했다. 그저 이 상황이 너무 어색해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 양다리였던 상대가 옆에 있는데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다고? 연하국 사람들 다 보수적이라고 하지 않았나? 해외에선 숨기기라도 하던데 왜 이렇게 개방적이야?’
‘역시, 내가 아직 솔로인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 너무 얌전한 척을 많이 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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