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8화
유승준은 입가를 닦으며 상처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난 네 스튜디오와 장기적으로 일하고 싶어. 돈이 필요하면 나를 찾아오고, 프로젝트 협업도 내게 얘기해.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야.”
예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를 향해 돌아선 채 짤막하게 내뱉었다.
“꺼져.”
유승준은 다가와 그녀의 등 뒤로 팔을 감싸고 다른 쪽 책상에 손을 얹으며 속삭였다.
“나랑 자자.”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의 입술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예코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옆에 놓인 서류를 집어 던지려 했지만, 그는 쉽게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예코는 화가 나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유 대표, 그날 내 남편 봤잖아? 취향이 이렇게 야해? 유부녀까지 탐내다니. 아침엔 유 대표랑 자고, 오후엔 남편이랑 자면 유 대표는 괜찮아?”
유승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 입술에 가볍게 맞춘 뒤 말했다.
“징그러워. 당연히 징그럽지. 그러니까 더는 내 화를 돋우는 말은 하지 마.”
그는 비웃듯 이어붙였다.
“네 남편이란 놈, 조연 배우라며? 내가 좋은 역할 몇 개 던져줄게. 회암시 떠나 먼 곳 촬영장에 박혀 있으면... 점점 더 인기 많아질 거야. 넌 회암시에 남아서 날 잘 돌봐주면 돼.”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며 속삭이는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음험했다.
“장거리 연애라면... 언젠가는 무너지기 마련이거든. 네가 이혼하는 날만 기다리면 돼. 그땐 더는 방해할 것도 없고.”
‘그렇구나. 한 달 넘게 연락이 없던 건 단순히 마음의 준비를 하던 게 아니라
완벽한 해결책을 고민 중이었던 거였어.’
예코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으로선 유승준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그가 진짜로 뒷조사라도 시작하면 그녀의 진짜 신분은 금방 들통 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이혼은 더욱 멀어질 게 뻔했다.
“반년만 참아.”
어르신이 약속했던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그때까지만 유승준에게 발각되지 말아야 했다.
그녀는 그런 생각에 이를 악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유승준은 그의 친구들과 다를 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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