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1화
모든 것이 끝난 후 두 사람은 함께 샤워했다.
박여진은 옆에서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었고 박태호는 침대에 기대어 한시도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밤 박여진은 유난히도 부드러웠다. 그래서인지 박태호는 적응이 잘 안 되었다. 지난 몇 년간 그녀의 냉담한 태도에 익숙해졌다.
박여진은 대충 머리를 말린 후 밖으로 나가 물 한 잔을 가져와 그에게 건넸다.
박태호는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너...”
‘설마 약을 잘못 먹었나? 오늘 밤 왜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걸까? 아니면 드디어 이 세상에서 내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소중히 여기기로 한 건가?’
박태호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더니 물을 받아 한 모금에 다 마신 후 말했다.
“누나, 자자. 졸려.”
그는 ‘누나'라고 부를 때만큼은 유독 순수해 보였다. 평소의 거침없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박여진은 침대에 눕자마자 베개에 머리를 묻고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세 시간밖에 못 자고 새벽 6시가 되자 그녀는 일어나 옷을 입고 문을 나섰다.
박태호는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는데 품에 안긴 사람이 사라지자 무의식적으로 베개를 끌어안았다.
박여진은 그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연정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근 그녀는 대기업과 협업을 준비 중이었는데, 그 회사는 연정훈의 인척 관계 쪽 라인이었다. 이 연결고리를 잡기 위해 연정훈과 연인 행세를 해야만 했다.
사실 이전부터 둘이 묶여 다닌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연정훈은 나이 때문에 집안의 압박을 견디기 힘들었고, 박여진 역시 회암시의 각종 험담을 차단하려면 남자친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연정훈과의 약속은 오전 9시 정각이었다.
그녀는 손에 백 페이지가 넘는 서류를 다시 한번 정리하며 오늘 무슨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다.
연정훈의 손목에는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지난번 박태호가 대학에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그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의 사적인 일이 학교에서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곳은 명문 대학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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