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0화
이진아의 기억 속에서 소민준은 지나치게 순수했다.
대부분의 생각이 어린아이 같았고, 그의 성격에는 일종의 순수한 잔인함이 있었다.
하지만 외모만은 날카로운 타입이라, 말이 없을 때는 그럴싸하게 위협적이었다.
지금 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서 있었다.
아마도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출생에 관해 탐구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을 것이다.
이진아는 끌려가 절벽 옆에 멈췄다.
그 실험체의 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기계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앞에서는 고작 몇 합만 버틸 수 있었다.
이 순간, 실험체가 이진아의 옷깃을 움켜쥔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실험체는 겨우 열일곱, 열여덟 살 정도로 보였는데 활기가 넘쳐야 할 나이임에도 무감각하고 멍한 상태였다.
실험체는 단검을 들어 올리더니 이진아의 심장을 향해 찌르려 했다.
찰나의 순간, 이진아가 몸을 살짝 돌리자 심장을 겨냥했던 칼날은 어깨를 스쳤다.
이진아가 실험체의 배를 강하게 걷어찼지만, 그는 고작 반걸음만 뒤로 물러날 뿐이었다.
하지만 실험체는 조금 놀란 듯했다.
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그녀가 저항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모양이었다.
이진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절벽은 가장 외곽에 위치해 산맥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동시에 단두대와도 같은 곳이었다.
‘유일한 생존 가능성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것뿐인데 정말 그렇게 해야 할까?’
실험체가 다시 단검을 들어 이진아를 향해 찔러왔다.
이진아는 몸을 피했지만 손목이 부서질 듯한 압박감에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방금 안에 있던 그 남자 봤지? 이름이 소민준이야. 너랑 좀 닮지 않았어? 넌 아마 17, 8살 정도로 보이는데 그 사람의 친동생일지도 몰라. 너는 네 출생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단검은 멈추지 않고 그녀의 얼굴을 스쳐 갔다.
이진아는 또 간신히 피하다가 갑자기 가방 속에 있던 사탕을 발견하고 서둘러 꺼내 실험체의 입안에 쑤셔 넣었다.
그러자 그 생명체는 멈춰 서서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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