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0화
소민준은 핸드폰을 든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버린 느낌이었다.
이진아와 이재희는 여전히 파티장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창밖을 달리는 라키, 세키를 바라보던 그의 눈가가 순간 붉게 물들었다.
표정은 혼란스러웠다.
그가 열 살이던 해, 큰형 소건우가 그를 소씨 가문으로 데려왔다.
소건우는 소민준의 병을 치료해주었고 얼굴 가득 뒤엉킨 흉터를 고치기 위해 전국의 의사를 찾아다녔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흉측한 몰골이었을 것이다.
소건우는 소민준에게 한없이 잘해줬다.
둘째 형 소찬우도 그랬다.
사람들은 그를 ‘소씨 가문이 기르는 개’라고 불렀지만 그는 개라는 게 부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가슴 깊이 불편하고 괴로웠다.
오랫동안 굳게 믿어온 무언가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느낌, 그 신념이 산산조각 나는 감각은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이진아는 이런 사정을 전혀 몰랐다.
소아린이 떠난 뒤, 그녀는 박여진을 찾아갔다.
박여진은 오윤미와 협상을 마무리했고 현재 계약서 수정 단계에 있었다.
양측이 최종 확인만 마치면 서명할 예정이었다.
이진아를 보자 박여진은 반가운 듯 그녀를 꼭 안았다.
“오랜만이네요.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어요?”
이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옆의 와인잔을 들어 올렸다.
“큰 계약 따낸다면서요? 축하해요. 내년엔 상장하는 거 아니예요?”
박여진의 야망은 컸다.
이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오래 공들였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 솔라리스 상장을 노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이진아와 잔을 부딪치고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진아 씨, 나중에 갈 데 없으면 우리 회사로 와요.”
이진아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박여진이 갑자기 몸을 기울이며 장난기 섞인 눈빛을 했다.
“강인 그룹, 진짜 무너지는 거예요? 요즘 그 얘기 많더라고요. 아까 파티에서 강도윤이랑 강상원 봤는데 아주 기고만장하던데요? 현우 씨는 대체 어디 있는 거예요? 진아 씨는 모를 리 없잖아요.”
그러자 이진아는 시선을 내려 와인 속을 바라봤다.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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