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7화
너무 지쳐 있었던 탓일까, 박여진은 박태호에게 안겨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어쩌다 욕조에 눕혀졌다는 정도였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 잠결에 하품을 한 번 내뱉은 그녀는 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다시 눈을 뜨니 이미 한낮이었다.
옆으로 몸을 돌리자 곁에 누군가 있다는 걸 깨달았고 동시에 문밖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태호야, 아직 안 일어났니?”
김해영의 목소리였다.
순간, 몸을 벌떡 일으킨 박여진은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옆에 잠들어 있던 박태호를 세게 밀었다.
그는 잠결에 몸을 뒤척이더니 오히려 그녀를 꽉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또 왜 그러세요?”
문은 잠겨 있었기에 김해영은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채 언성만 높였다.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어? 내가 그렇게 영지랑 자주 연락하라고 말했는데 왜 안 들어? 요즘 내가 전화를 얼마나 했는지 알아? 왜 내 전화 안 받아?”
박태호는 여전히 박여진의 허리를 감싼 채로 팔을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어젯밤 뜨거웠던 분위기와 ‘사랑’에 그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곧, 박태호는 눈을 감았다 뜨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 저랑 영지는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 예전부터 그냥 친구 같은 사이였다고요. 제 눈엔 영지가 아예 여자로 보이지 않으니까 제발 괜히 오해하지 마세요.”
그러자 문밖에서 김해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영지가 얼마나 괜찮은 여잔데 넌 그런 애를 친구로만 본다고? 정말 엄마 기절하는 거 보고 싶어?”
박여진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떨궜다.
이럴 때는 차라리 등을 돌린 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척하며 조용히 버티는 게 나았다.
그 사이 박태호는 더욱 기세등등해져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됐어요. 그냥 친구라니까 왜 그러세요? 이제 회사 일도 다 정리해 놓았으니까 며칠은 좀 쉬게 해 주세요. 제발 저 귀찮게 하지 마시고.”
“쉬는 건 좋은데 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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