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송하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부서진 옥과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송하영은 심도윤을 향해 처참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삼촌.”
말을 마친 송하영은 빠르게 자리를 떠났지만 심도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삼촌?'
송하영은 마음을 고백한 이후로 단 한 번도 심도윤을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심도윤이 아무리 강조해도 송하영은 끝까지 고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송하영이 스스로 그를 작은 ‘삼촌'이라고 부른 것이다.
심도윤은 넋을 놓은 채 서 있었다.
임소연은 걱정되는 마음에 그의 팔을 흔들었다.
“왜 그래?”
심도윤은 이내 평소의 다정한 목소리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전의 일은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하영이는 사실 나쁜 애가 아니야. 그냥 내가 너무 오래 버릇없이 키워서 좀 제멋대로일 뿐이지.”
임소연은 순간 멈칫했다.
심도윤이 송하영의 편에서 말해 주리라고는 예상 못 한 모양이었다.
임소연은 억지로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가에는 질투와 시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불안함을 없애려고 심도윤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애교를 부렸다.
“도윤아, 수술이 끝나면 우리 결혼할까? 너와 함께 살고 싶어서 미치겠어.”
심도윤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임소연의 코끝을 가볍게 툭 건드렸다.
“그래, 네 뜻대로 하자.”
임소연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그럼 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야지!”
그 후 며칠 동안 송하영은 학교에 다니며 이스트 프로젝트에 관한 서류를 준비했다. 그녀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돌아오며 바쁘게 움직였다.
심도윤과 같은 집에 살면서도 그와 전혀 마주치지 못했다.
바람이 잔잔한 어느 오후, 송하영은 자신이 썼던 연애편지들이 가득 담긴 큰 상자를 들고 벽난로 앞으로 갔다. 모두 태워버리려는 것이었다.
마지막 편지를 태우는 순간, 뒤에서 심도윤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송하영은 대답하지 않았고 심도윤은 아직 완전히 타지 못한 편지를 발견했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송하영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경고했다.
“송하영, 또 무슨 꿍꿍이야? 이런 식으로 내 관심을 끌려는 거야? 재미있어?”
송하영은 고개를 숙인 채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
“오해하지 마요. 그런 거 아니니까.”
하지만 심도윤은 더욱 확신한 듯 냉정하게 말했다.
“열흘 뒤면 나와 소연의 결혼식이야. 와도 돼.”
그 말을 들은 송하영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요.”
10일 후면 송하영은 이미 이스트 프로젝트에 참여 중일 테니 그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하영은 그 사실을 말하지 않고 대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 심도윤이 그녀를 불렀다.
“소연이가 결혼식은 평생 한 번뿐인 일이라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는 좀 불안하다고 해.”
송하영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이번 결혼식은 네가 준비해주면 좋겠어. 너는 내가 원하는 걸 가장 잘 알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