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정말 떠날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는 이른 아침 외투 하나만 챙기고 문을 나서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바람에 휩쓸려 떠나는 낙엽처럼 작별 인사도 없이 안녕이라는 말도 사치가 되는 거다.
허찬우는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진작 알았어야 했다. 분명 예감이 들었다.
성하진이 둘의 사진을 모두 태우는 것을 본 순간부터.
그날도 여느 때처럼 마당에 앉아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빛 하나 없이 공허했다.
만약 그때 성하진과 제대로 대화를 나눴다면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성씨 가문 사람들을 방조하고 성하진에게 특허를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순간부터 성하진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을지도 모른다.
실망에 실망이 거듭된 후에야 비로소 생기는 그런 마음 말이다.
“안돼. 찾아야겠어.”
허찬우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리창이 초라한 그의 그림자를 비추고 그는 복숭아 가지에 살을 베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때마침 성씨 가문 사람들과 마주했고 성하진이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성종구는 차갑게 투덜거렸다.
“가출했어? 이젠 아주 동정심 유발까지 하네? 신경 쓸 필요 없어. 배를 곯으면 알아서 집에 기어들어 올 거야. 진작에 꺼지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성우진은 좋다고 손뼉을 쳤다.
“민영 누나의 병이 이렇게 심각해진 것도 다 그 여자 때문이에요.”
강민영이 앞으로 나섰다.
“오빠, 나랑 같이...”
그녀의 손끝이 허찬우의 손에 닿는 순간 그녀는 싸늘한 남자의 눈빛에 굳어버렸다.
허찬우는 아무 말 없이 성씨 가문을 떠났다.
엔진 굉음과 함께 백미러에 비친 성씨 가문 저택은 흉측한 괴물로 뒤틀린 채 주홍빛 혀를 뱉으며 그의 서두름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공항 로비에 도착하자 끊임없이 스크롤 되는 전광판이 그의 눈을 아프게 찌르는 듯했다.
그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며 기계적으로 항공편 정보를 훑었다.
모든 스크린이 과거의 좋은 시절을 재생하는 것 같았다.
경비원이 제정신이 아닌 채 미쳐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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