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70화
제왕의 실망
제왕 쪽에서는 원경릉이 원용의와 약속을 잡아줄 거라 철썩 같이 믿고 이틀간 계속 원용의에게 할 말을 연습했다.
한마디 한마디, 쉼표와 표정까지 여러 번 연습했지만 긴장됐다.
하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원용의와 제왕이 만날 약속을 잡지 못했다며 지금 원용의 마음 속이 온통 무과 장원에게 가 있다고 알려왔다.
제왕은 칠흑 같은 방안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가 쓴 웃음을 지었다. 다섯째 형수는 최후의 희망이자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렇게 동시에 꺾이고 무너져 버릴 줄 몰랐다.
어떤 사람은 잃고 나서야 비로소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사실을 뼈 속 깊이 실감했다.
어둠 속에서 제왕이 생각한 건 두 여자의 모습이었다.
제왕은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도 도무지 자신과 주명취가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 릴 수가 없다.
그런데 원용의와 같이 있던 순간순간은 그렇게 사소하고 평범했지만 온통 빠져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제왕의 머릿속에서 주명취는 점점 사라지고 제일 많이 생각하는 건 원용의와 같이 보낸 시간이다.
제왕은 전에 원용의의 손을 잡은 적이 있는데, 손가락 피부는 조금도 매끄럽지 않고 손가락에 마디가 생겨서 주먹을 쥐고 때리면 코뼈 정도는 가볍게 부러질 참이다.
제왕은 전에 원용의의 얼굴을 떠올려 본 적도 있는데, 티 없이 섬세한 얼굴에 건강한 피부, 맑고 촉촉한 눈망울을 굴려 흘끔 자기를 보고 웃을 때 제왕은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또 제왕은 원용의가 노래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맑게 울리는 감동적인 목소리로 가사는 정확하지만 음은 완전 엉망진창이라, 나뭇가지에 앉은 까치가 떨어지고, 올빼미조차 울부짖으며 어둠속으로 날아가게 만들 정도였다. 제왕은 귀를 막고 제왕부 여기저기로 도망쳐 다녔다.
제왕이 상심하고 낙망 했을 때 원용의가 함께 하며, 거칠고 제멋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애타고 근심하는 얼굴로 살뜰히 보살펴주었다.
제왕은 원용의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때 제왕이 손을 뻗기만 했어도 원용의는 자신의 손을 제왕의 손바닥 안에 넣고 이 풍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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