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21화
홍엽의 회상
홍엽의 아름다운 얼굴이 시름으로 살짝 덮여 경건하고 엄숙하다. 붉은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고 머리에는 관을 쓰지 않아 검고 긴 머리를 등 뒤에서 질끈 묶어 한층 소탈해 보였다.
홍엽은 인공 산을 보다가 갑자기 원경릉에게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어릴 때 걸핏하면 인공산에서 뛰어내려서 호수에 잠수하곤 했죠. 물고기와 웃고 노는 거보다 즐거운 게 없거든요.”
원경릉이 천천히 걸어가 인공산을 보니 물이 호수로 떨어지며 하얀 물거품을 튀기는데 아주 멀리 있다 보니 물고기가 거기서 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아 별 생각없이, “그래요? 선비족도 정원에 인공산과 폭포를 만드는 걸 좋아했군요?”
“전 북당에서 자랐어요.” 홍엽공자가 돌아서서 인공산을 뒤로 하고 원경릉을 바라보더니, 눈동자가 적갈색에 가느다란 남색 줄이 있는 호박 보석처럼 빛을 내며, “제가 처음 태자비 마마를 봤을 때는 궁중 연회였습니다.”
원경릉이, “그래요, 우리는 궁중 연회에서 처음 만났죠.” 홍엽이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뜬금없는 게 마치 아무런 이유도 없는 것 같지만 하여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한번 이후로 태자비 마마를 다시 만나고 싶었죠, 그래서 북당에 잠시 머무르며 태자비 마마와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기억 못 하시겠죠?”
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으신 가요?”
홍엽공자가 원경릉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밝지 않은 표정으로, “태자비 마마,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 전 태자비 마마께 헛된 마음 품지 않았고 그저 마마의 생김새가 제 옛 친구를 매우 닮았기 때문일 뿐입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거죠.”
“보고싶으신 거면 왜 직접 그 분을 찾아가 보지 않으시나요?” 원경릉이 물었다.
홍엽공자가 눈을 내리깔고 작은 목소리로, “제 친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이생에 다시는 볼 수 없죠.”
원경릉이 놀라 홍엽을 쳐다봤다.
홍엽의 눈에서 슬픔과 애수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것이, 그 얘기는 진실이며 조금도 연기 같지 않았다. 게다가 눈가가 촉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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