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92화
손왕과 안왕의 술자리
손왕은 의외였다. 본인도 가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조정에 자신을 천거하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적은 편이다. 손왕은 홍려시 소경(少卿)으로 가고 싶다. 부임한 이래로 정치적 업적 하나 없이, 공도 없고 과도 없는, 그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에 불과한 손왕에게 하나의 기회다.
전에는 있으나 마나 한 것이 이상적인 인생이라고 했지만, 막상 관직을 맡고 보니 자신이 그렇게 무용지물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과 본인도 일할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이번에 그가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누군가 이름을 거론했을 때 마음속으로 몰래 기뻤다. 왜냐면 자신을 거론했다는 건 일종의 인정이기 때문이다.
“형이 가고 싶으면 저랑 일곱째가 같이 연명해서 형을 추천할 게요.” 손왕의 마음이 동한 것을 보고 안왕이 말했다.
“일곱째…… 일곱째도 아마 가고 싶겠지?” 손왕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안왕이 웃으며, “일곱째는 가고 싶어도 못 가요, 경조부에서 지금 보내 줄 거 같습니까. 다섯째는 아직 복직 안 했고, 이부도 새사람을 보내주지 않는데 일곱째가 어떻게 가요? 일곱째가 늘 둘째형을 존중해 왔으니 만약 형을 천거한다고 하면 분명 응할 거예요.”
손왕비가 기뻐서, “여섯째도 같이 천거하도록 하실 수 있겠네요. 추천하는 사람이 더 많으면 그만큼 희망도 커지니까.”
안왕이 눈을 번득이더니, “아뇨, 여섯째 쪽엔 가지 말아요. 여섯째는 원래 조정 일에 관여하지 않는데 이번일에 끼어들면 사람들이 사적인 감정으로 천거하는 거란 오해를 면하기 어려워요. 결국 여섯째는 조정에 있지도 않고 형 재임기의 정치적 업적도 몰라서 확실이 사적인 감정으로 천거하는 게 되고 말아요.”
손왕이 약간 주저하며, “내가 제일 적임자는 아닌데……”
손왕비가 살짝 성을 내며, “왜 당신이 제일 적임자가 아니예요? 홍려시에서 근무한 날도 적지 않은데 그간 좋은 기회가 없었잖아요. 지금 기회가 눈 앞에 있는데 꼭 잡아야 해요.”
안왕도 용기를 북돋우며, “맞아요 형, 자기비하 하지 마요, 이번에 축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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