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76화
정집사
만아가 기라, 녹주와 같이 방을 치우는데 우문천이 만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을 보고 녹주가 이상해서 몰래 만아에게, “순왕 전하께서 왜 널 뚫어지게 보셔? 너 뭐 잘못한 거 있어?”
만아가 고개를 돌려 흘끔 보니 과연 우문천이 자기를 주목하고 있는데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만아도 곤혹스러운 게 사실 엄밀히 말해 순왕 전하와 진짜 만난 적은 없고 사람들 틈에서 멀찌감치 본 게 다로, 저분이 순왕 전하구나 하는 것을 알 뿐 순왕 전하께서 자신을 본 적이 없을 거라 믿었다.
우문천도 이렇게 하인 하나를 뚫어지게 보는 건 실례인 걸 알아서 시선을 돌렸지만 머리 속으로 익숙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우문천이 나가 마당에서 경단이와 찰떡이가 눈늑대랑 노는 걸 보는데 등나무공 하나를 이리저리 굴리며, 몸집이 큰 눈늑대가 날아가는 것이 건장한 표범 같아 우문천은 상당히 놀라웠다.
유모가 간식을 가지고 와서 아이들에게 먹으라고 불렀다. 경단이가 칠칠치 못하게 먹는 걸 보고 유모가 미소를 머금고 입가를 닦아주며, “도련님 천천히 드세요, 더 있어요.”
우문천이 문득 머리를 때리는 게 있어, “알았다, 걔가 누구를 닮았는지 알았어.”
“누구를 닮았는데?” 우문호가 막 우문천 곁으로 와서 혼잣말 하는 걸 듣고 물었다.
우문천이 의문이 풀린 개운한 얼굴로 웃으며, “그 아이는 말이죠, 형, 정집사(鄭姑姑) 생각나세요?”
“정집사? 어떤 정집사?” 우문호가 가서 등나무공을 차자, 눈늑대가 다시 날라올라 물고 와서 우문호 발 아래 내려 놓았다.
우문천도 가서 같이 노는데 한번에 멀리 차며, “제 어마마마 시중을 들던 그 정집사요.”
우문호가 생각나서, “기억났어, 그 남강 노비 말이지, 네가 그렇게 말하니 내 생각에도 닮은 거 같네, 코가 높고, 눈이 그윽한 게. 그런데 남강사람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라 비슷해 보이는 거겠지.”
10년전 남강왕이 죽은 뒤 대량의 남강사람이 경성에 살 길을 찾아 밀려들었고 당시 경성의 부호들과 상인 집안이 이런 남강 사람들을 노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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